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페인트 제품 중 절반 이상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제품에선 안전기준을 무려 1000배나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2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인 18개 페인트 제품 중 11개에서 납이 검출됐다. 이 중 5개 제품에서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기준(90ppm)을 넘어서는 납이 검출됐다. 특히 4개 제품에서는 안전기준이 1000배가 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사의 광명단(녹 방지) 페인트에서는 어린이 안전기준의 1888배인 16만9929ppm의 납이 나왔다. B사의 유성페인트와 C사의 유성페인트 2종에서도 각각 13만2965ppm(1477배), 12만7687ppm(1418배)의 납이 검출됐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16년 환경부와 ‘페인트 유해화학물질 사용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통해 납, 카드뮴 등을 페인트에 사용하지 않고, 대체물질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납 중독은 세계 질병 부담률 중 약 0.6%를 차지한다. 어릴 때 납에 노출되면 지능이 낮아져 정신 지체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납 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환경계획(UNEP)은 페인트 내 납 함량을 90pp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 등도 같은 기준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페인트에 납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모든 용도의 페인트에 적용되는 납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신 의원은 “납은 발암물질과 동일한 유해물질”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조속히 마련하고,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제품들이 어린이용품과 시설에 사용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