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사 중 0.7%만 자격정지…면허 취소돼도 대부분 재발급”

입력 2019-10-02 13:25

최근 5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 중 자격이 정지된 사람은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가 취소돼도 대부분 재발급됐다. 의료인 면허 취소사유로 일반 형사 범죄를 규정하는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경찰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의사 611명이 성범죄로 검거됐다. 강간·강제추행이 539명으로 88.2%를 차지했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이 57명(9.3%),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14명(2.3%),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이 1명(0.2%)이다.

이들 중 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비도덕적 진료행위 세부현황’ 자료를 보면 2014~2019년 6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이 정지된 의사 74명 중 ‘성범죄’가 명시된 경우는 4건이었다. 이마저도 모두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다.

현행 의료법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 최장 12개월의 자격정지만 가능한데 여기서 불법촬영은 해당되지 않는다. 성폭력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업무상위력, 간음, 미성년자간음추행만 처벌 대상으로 적용해서다.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의사는 2017년 14명에서 2018년 24명으로 급증했다. 성범죄가 ‘진료 중’에 발생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어 자격정지 처분을 하기 어렵다.

최근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온 산모에게 실수로 낙태수술을 진행한 의사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해서다. 의사 면허 취소는 업무상 비밀누설과 허위 진단서 작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한정돼있어 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이 의사는 죄가 확정돼도 계속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

면허가 취소돼도 대부분 재교부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4~2019년 6월 의사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76건 중 74건이 승인됐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했거나 진단서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발급한 경우, 의사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가 대다수이고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재교부된 한의사도 있다. 면허 재교부는 면허취소 사유가 소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복지부가 판단하면 재교부된다. 별도의 심의 절차는 없다.

남 의원은 “변호사나 회계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가와 달리 의사는 일반 형사 범죄로 처벌받아도 결격사유나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