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늦어도 이달 말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의 경우 6개월 내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유예기간이 짧아 시한 내 분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기한 내 분양을 못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 이익이 현격히 줄기 때문이다.
당초 관리처분인가 단계 재건축 단지들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두거나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을 철회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해왔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이주·철거 등의 절차가 늦어지는 단지들은 꼼짝없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되면서 조합 측에서도 관련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시스가 2일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1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서울 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공동브리핑을 열고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결과 및 대응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철거 중인 단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재건축 조합들이 요구했던 2년과는 차이가 커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대회준비위원장(주거환경연합 경영지원단장)은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일단 이주하고 철거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관리처분인가를 막 신청한 곳은 무조건 안 되고, 철거를 막 시작한 현장도 민원 많고 하면 6개월 안에는 안 된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통상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철거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서 발급, 구청의 분양승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주 지연이나 민원 발생, 분양가 협의 등으로 모든 절차를 6개월 안에 마무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장 착공이 가능해 선(先)분양을 할 수 있는 사업장은 소규모라서 쉽게 분양을 결정하지 못하고 정부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을지, 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을지 행동강령을 정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을 기준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음에도 분양에 이르지 못한 단지는 모두 61개 단지 6만8000가구 정도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이 부여되면 이들 단지들 가운데 상당수는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공급 위축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나, 실제로 분양이 많을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문을 표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