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장인 5명 중 4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고 일부 대기업이 남성 육아휴직을 도입했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업 문화는 여전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육아휴직’을 주제로 회원 11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인크루트는 이 중 자녀가 있는 기혼자 68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물었다. 응답한 직장인 중 육아휴직을 사용해 본 비율은 32.4%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직장인의 37.5%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응답했지만 남성 직장인은 사용비율이 20.8%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상사 눈치(22.7%)’ ‘회사 분위기(22.0%)’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특히 남성 직장인은 ‘회사 사람 대부분 육아휴직을 안 쓰는 분위기(27.2%)’를 걸림돌로 지적했다. 여성 직장인은 ‘상사와 동료 눈치(22.6%)’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육아휴직 후에 찾아올 ‘경제적 부담’(14.7%)을 우려한 응답도 많았다. 공공기관 재직자(21.9%)들이 육아휴직 사용 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경력 공백에 대한 우려(8.7%‘와 ‘사용 방법을 잘 모름‘(8.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직장 갑질로 볼 수 있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회사에서 거부당했다는 응답은 6.7%나 됐다. 그 외에 결혼이나 임신을 이유로 퇴사 혹은 권고사직 당했다는 응답이 있었다. 서비스직이라 육아휴직을 엄두도 못 내봤다는 대답도 나왔다.
직장인 부모가 가장 바라는 육아 정책은 ‘직장 내 인식 개선(21.6%)’이었다. ‘근무시간 단축(18.4%)’ ‘국공립유치원·어린이집 확대 및 신설(17.4%)’ 등이 뒤를 이었다.
인크루트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활성화될 기회가 늘고 있지만, 현실은 제자리”라며 “출산과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업장 내 인식 개선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육아와 가사노동에 성별 불균형이 궁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