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가 결국 범죄를 자백했다. 9명의 프로파일러들이 ‘라포(rapport)’ 방식을 활용해 그의 입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보다 많은 14건의 살인과 성폭행을 했다고 털어놓자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춘재 자백에는 라포 형성이 주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 상호신뢰 관계를 의미하는 ‘라포’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열쇠다. 조사관(프로파일러)은 조사자가 구체적인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기억의 정확성을 높인다. 장기간 면담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하므로 긴 시간 동안 진술을 경청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26일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5차례에 걸친 대상자 접견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차출된 9명의 프로파일러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이춘재와 접견했다.
라포 방식 외에도 이춘재의 DNA가 피해자 속옷을 포함해 5곳 이상에서 검출됐다는 점, 버스 안내양 등 당시 목격자 진술 등도 자백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DNA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가운데 아마 부인하는 게 소용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가석방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의 호소에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했지만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