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 왕복 11차로가 거대한 놀이터로 변하고, 청계천에서는 공중그네 서커스가 펼쳐진다. 또 덕수궁 돌담길과 회현역 뒷골목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거리예술공연이 벌어진다.
서울문화재단은 3일부터 6일까지 ‘서울거리예술축제 2019’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은 2일 미리 보는 거리예술축제를 공개하고, 6개 테마별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6개 테마는 시민 참여 공연, 서울의 ‘틈’을 들여다보는 작품, 국내외 예술가 협업작품, 공동 감독진이 추천하는 작품 ‘싸프(SSAF)의 시선’, 아시아 초연 해외작품, 시민 참여 놀이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는 독일, 미국, 스페인, 오스트리아, 칠레, 프랑스, 헝가리, 호주 등 9개국의 예술단체가 참가해 42편의 거리예술 공연을 총 183회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틈’으로 정했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 속 작은 ‘틈’의 공간을 찾아 공연장소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쉴 ‘틈’과 숨 돌릴 ‘틈’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축제 장소도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청계광장, 덕수궁 돌담길, 세종대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도서관, 세실극장, 회현역 일대, 호텔 등으로 예년에 비해 다양해졌다.
우선 서울광장에선 수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 16m 규모의 초대형 옛 서울역과 평양역을 탄생시키는 대규모 설치형 퍼포먼스 ‘시민의 역사(올리비에 그로스떼뜨, 프랑스)’가 4일 동안 펼쳐진다. 540명이 미리 만든 3000여 개의 종이상자를 현장에서 어떠한 기계도 없이 시민의 손으로 역사를 세우는 집단 건축 프로젝트다. 시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되는 시민 밀착형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3일~5일 서울역과 평양역을 각각 세우고 6일에는 두 건물을 해체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실핏줄같이 연결된 도심과 골목 사이사이를 이동하며 서울의 틈을 엿볼 수 있는 ‘이동형 공연’도 올해 축제의 특징이다. 이색복장을 한 70명의 배우들이 청계천을 따라 공중그네 서커스, 춤 등을 선보이는 ‘묘지를 향하다(극단 실렌시오, 칠레+프랑스)’, 참여자 1명씩 각각 헤드폰을 착용하고 회현동 뒷골목을 산책하는 ‘워크맨 인 서울(극단 아르펑터, 프랑스)’ 등이 대표적이다. 거리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이동하는 ‘묘지로 향하다’ ‘아이 서울 유, 데이 서울 미’ ‘에브리-원’ ‘워크맨 인 서울’ ‘인간장수’ 등의 이동형 공연은 기존에 알던 서울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고 작품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서커스와 달리 움직이는 줄 위에서 묘기를 펼쳐,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저항(레 피 뒤 레나르 팔, 프랑스)’, 낚싯줄에 돈을 매달고 이를 보는 관객과 소통하며 ‘돈’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즉흥공연 ‘#돈을무료로드립니다(존 피셔맨, 스페인)’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외 예술가가 함께 만든 협업 작품도 눈에 띈다. 국내 장애인 무용수 4명과 호주 장애인 무용수 8명이 관객을 호텔로 초대해 우아하면서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친밀한 공간(레스트레스 댄스 씨어터, 호주)’, 프랑스 출신 6명의 저글러‧뮤지션과 국내 배우 6명이 함께 서커스, 저글링, 아크로바트 등을 선보이는 ‘원 샷(콜렉티브 프로토콜, 프랑스)’ 공연은 볼 만하다. 국내외 예술가 협업 프로그램은 지난해 1개에서 올해 4개로 늘어났다. 거리예술축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 공연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교류를 통해 개인의 역량이 발전하고, 국내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감독단이 추천하는 총 7개 공연을 의미하는 ‘싸프(SSAF)의 시선’ 코너를 신설했다.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시도를 통해 거리예술의 새로운 경향과 실험적인 모습을 담았다. 싸프(SSAF)의 시선 7개 작품은 워크맨 인 서울(극단 아르펑터, 프랑스) 친밀한 공간(레스트레스 댄스 씨어터, 호주) 공공의 24시간(아다 빌라로, 스페인) 대립관광(어반아트×대립관광, 한국) 아이 서울 유, 데이 서울 미(원의 안과 밖, 한국) 허공 위의 나의 집(유지수, 한국) 원샷(콜렉티프 프로토콜, 프랑스)이다.
아울러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아시아 초연 작품 총 10편이 무대에 오른다. 거리극, 거리무용, 이동형 공연, 시각예술, 설치형 퍼포먼스, 투어형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접할 수 있다.
축제 마지막 날인 6일엔 세종대로 왕복 11차선 도로가 초대형 놀이터로 변신한다. 국내 최초로 도로 위에 3m 높이의 형형색색 대형 파이프 구조물을 세종대로 300m 전 구간에 놓는 ‘도시 안 놀이터-파이프 시티’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서울광장에서 줄타기, 저글링 등을 선보이는 ‘연희 놀이터’와 ‘서커스 예술놀이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민청에선 ‘예술놀이축제-예술로 놀장’이 5~6일 진행돼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축제 첫날인 3일부터 5일까지 시청 뒤편 무교로 사거리에서 모전교까지 200미터 구간은 낮 12시~밤 10시 교통이 전면 통제된다. 6일엔 오전 9시~밤 10시 세종대로 사거리(청계광장 앞)부터 덕수궁 대한문까지 세종대로 양방향이 통제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19’ 공연은 DMZ를 방문하는 ‘대립관광’을 제외하고 모두 무료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