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만의 젊은층에 주로 생기며 예후가 나쁜 ‘미만형 위암’의 발병 가능성을 간단한 피 검사로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40세 미만 여성 고위험군에서 이런 유형의 위암 발병 위험이 최대 21배까지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백성민 전문의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높은 경우 미만형 위암의 조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경험이 있거나 40세 미만의 여성이라면 그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은 형태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분류되는데, 장형은 암세포가 한 곳에 모여 덩어리로 자라는 형태다.
반면 미만형은 깨알같이 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면서 넓게 퍼져 자라는 위암으로 위험성이 높다. 40세 미만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배우 고(故) 장진영(당시 37세)씨와 가수 고 유채영(당시 40세)씨 등 유명인이 이 같은 유형의 위암으로 투병하다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층에 호발하는 위암은 대부분 암세포가 빨리 자라고 예후가 나쁜 미만형 위암이지만 보통 40세 미만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지않는 만큼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2006~ 2017년 위암 환자 총 1477명(위이형성증 353명(평균 62.6세), 위암 1124명(평균 59.8세))과 정상 대조군 1463명(평균 53.4세)을 대상으로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에 따른 조기 미만형 위암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20㎍/ℓ 이상인 경우 그 미만인 그룹보다 조기 미만형 위암의 발병 위험이 약 3.1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또한 감염력 없는 그룹에 비해 조기 미만형 위암 위험을 3배 가량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인자를 조합해 헬리코박터균 감염력이 있으면서 혈청 펩시노겐 II가 20㎍/ℓ 이상일 때(고위험군)는 헬리코박터균 감염력이 없으면서 혈청 펩시노겐 II가 20㎍/ℓ 미만인 경우(저위험군)보다 조기 미만형 위암 발병 위험이 5.2배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연령과 성별 분석 결과에서는 40세 미만 고위험군은 미만형 위암 조기 발병 위험이 12.8배, 특히 40세 미만 여성 고위험군은 21배까지 높아졌다.
김나영 교수는 “한국은 위암 발생률이 높아 40세가 넘으면 위내시경이나 위조영술 등 위암검진을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40세 미만은 위암 조기검진으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젊은 연령층에서 호발하고 조기 진단이 쉽지않은 미만형 위암의 발병 위험성을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높은 경우 젊은 나이라 하더라도 위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젊은 나이의 여성은 미만형 위암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의 염증 작용이 발암 물질을 만들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미만형 위암이 발생하고 이런 위 점막의 염증으로 인해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 국제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