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홍콩 췬완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남학생(18)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부상했다. 췬완 지역 중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피해 학생은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
페이스북 등에 오른 실탄 발사 영상을 보면 검은 옷을 입은 피해 학생은 경찰을 향해 쇠막대기를 휘둘렀고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학생을 가슴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트위터에는 피해 학생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도 올라왔다. 실탄이 다행히 심장을 관통하진 않았지만 파편이 온몸 곳곳에 퍼졌으며 심장에도 3개나 박혀있었다고 한다.
영상의 댓글에는 “내 가슴도 함께 찢어진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봐야 한다. 퍼져 나가라” 등이 이어졌다.
이날 시위로 51명이 부상했다. 11살 어린이부터 75살 노인까지 부상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경찰은 실탄 발사는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카오룽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차를 공격하자 경찰 한 명이 권총을 꺼내 두 발의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
야무마테이 지역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에 맞서 경고사격을 하는 등 이날 총 6차례 실탄 발사가 있었다.
경찰은 이밖에도 최루탄과 물대포, 후추 스프레이 등을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 쇠막대기 등으로 맞섰다. 일부 시위대는 도로 위에 폐품 등을 모아 불을 질렀고 곳곳의 지하철역을 파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경찰은 그러나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 중국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가 투옥돼 사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국가에 의해 희생됐으므로 국경절은 국가의 경사가 아닌,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애도’의 의미에서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을 것을 촉구했다.
경찰의 불허에도 수만 명의 홍콩 시민들은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독재정치를 끝내고, 시민에게 권력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국경(國慶)은 없다, 국상(國喪)만 있다’는 주제로 행진한 이들은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과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일부는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가 있는 사이잉푼 지역으로 향했다.
홍콩 도심은 물론 웡타이신, 사틴, 췬안, 툰먼, 야우마테이 등 총 13곳에 이르는 지역에서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홍콩 시내 전역에 6000명을 배치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수천 개의 도심 쇼핑몰과 점포는 문을 열지 않았다. 중국은행 건물 등 시내 사무용 빌딩들은 건물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국기 게양대를 철거하는 등 시위에 대비했다.
홍콩 지하철공사는 애드머럴티, 완차이, 프린스에드워드 등 시위가 발생한 지역의 지하철역을 모두 폐쇄했다. 전체 91개 역 중 절반에 달하는 45개 역이 폐쇄됐다.
홍콩국제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고속전철도 홍콩 역을 제외한 카오룽, 칭이, 아시아월드엑스포 등의 역이 모두 폐쇄됐다.
친중 단체인 ‘세이프가드 홍콩’은 1만 명의 지지자들을 동원해 시내 곳곳의 중국 국기를 시위대로부터 지키는 운동을 벌였다.
이날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180명이 넘어 지난 주말 시위의 대규모 체포 사태를 넘어서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146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여기에는 12세 학생도 포함됐다. 이들 146명 가운데 96명은 폭동죄로 기소될 예정이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토요일 시위까지 합치면 이틀 동안 모두 157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43%는 학생이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