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오전 동해로 발사체를 쐈다. 지난 9월 10일 동해로 ‘초대형 방사포’를 쏜 뒤 22일 만이다. 올해 들어 11번째 발사다. 북한이 전날 비핵화 실무협상을 개최한다고 전격 발표한 뒤 하루 만에 발사체를 날린 것이다.
비핵화 협상을 코앞에 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로드맵과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강조하는 미국식 계산법을 완전히 바꾸라는 압박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사실상 용인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아침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미상(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북한이 지난달 10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쐈던 단거리발사체를 다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지칭했다. 당시 1발은 330㎞를 비행해 동해상으로 날아갔다. 다른 1발은 동해 인근 내륙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발은 불발 또는 자폭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아직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정점고도가 공개되지 않아 발사체 제원을 구체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을 시험할 때 발사장소를 강원도 원산 일대로 정했다. 이번 발사가 원산에서 이뤄진 점에 비춰 북한이 신형 무기를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7월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쏜 바 있다. 이튿날 북한은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시험사격’이라고 밝혔다.
전날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4일 예비 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 발표 다음 날 북한이 단거리발사체를 쏜 것에 대해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비핵화 협상 또는 비핵화 조치와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