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과 평양·판문점,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이 거론된다. 북한이 먼저 실무협상 재개 시점을 공개한 만큼 미국이 장소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이번 실무협상은 종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이후 처음으로 성사되는 북·미 대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경기를 일으켰던 ‘리비아 모델(선 핵포기·후 보상)’의 공식 폐기를 선언한 이후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됐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도 북·미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실무협상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방법’ 사이에서 양측이 접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에 성패가 달려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들고 온 ‘새로운 카드’에 만족감을 표시할 경우 북·미 실무협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1일(현지시간) “북·미가 ‘하노이 노딜’ 이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 이번 실무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나타냈던 볼턴의 경질도 북·미 대화 진전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탄핵 국면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의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전에 제재 완화 등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시간이 촉박해 합의가 예상대로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미 모두 ‘새로운 계산법’이나 ‘새로운 방법’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이번 실무협상이 동상이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방법’의 구체적인 윤곽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볼턴은 빠졌지만 미국의 스탠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북한이 제재 완화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등을 들고 나올 경우 협상이 어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스냅백’(제재 원상복구)이 제재 문제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일정 기간 제재를 유예하되,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바로 제재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북·미가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밝힌 담화에서 오는 5일 실무협상에 앞서 4일 예비접촉을 갖기로 했다는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나온다. 북·미가 물밑조율에서 아무런 합의도 보지 못하고 5일 실무협상 개최에만 의견 일치를 봤기 때문에 4일 예비접촉에서 본격적으로 의제 조율을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