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화성 살인사건 10건 중 모방범죄 1건을 제외하면 여죄가 5건이나 되는 셈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의 9차 대면조사에서 자신이 진범이라고 털어놨다.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은 모두 14건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모방범죄로 결론 난 여덟 번째 사건을 제외한 9건 외에 5건의 범행을 더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9차례에 걸쳐 교도소 접견 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또 지난 1986년 1차 화성 사건 이전부터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 성폭행 사건 7건에 대해 수사해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해 이춘재와 연관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추가로 자백한 5건의 범행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전 인근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전인 1986년 2월부터 7월까지 화성 태안읍 일대에선 10~40대 여성 7명이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스타킹으로 양손을 결박한 점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했다. 피해자들이 밝힌 용의자의 생김새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배 전단 용의자와 흡사했다.
화성 토박이인 이춘재는 1989년 9월 수원시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붙잡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0년 4월 석방됐다. 이 기간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춘재는 또 충북 청주로 이사한 1993년 4월 이후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붙잡힌 1994년 1월 사이 2건의 범행을 더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 집으로 놀러 온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25년째 복역 중이다.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이춘재가 수감되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 경기 화성 태안읍 반경 2㎞일대에서 13세~71세 여성 10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다. 경찰은 연인원 200만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국내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었다.
10번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2006년 4월 끝나 이춘재를 법정에 세울 순 없다. 다만 경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내용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신빙성 등을 확인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이춘재 자백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아직 DNA가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추가로 털어놓은 범죄의 DNA 감정도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