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추방명령 거부한 나이지리아인, 단식 투쟁 중 굶어 죽어

입력 2019-10-02 05:03
오무라 입국관리센터에서 숨진 나이지리아 출신 남성, 출처 아사히신문

일본의 불법체류자 수용시설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남성이 장기구금 상태에 대한 항의로 단식 투쟁을 벌이다 숨진 사실이 석 달이 지난 뒤에야 공식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1일 일본의 출입국 관리 기관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오무라 입국관리센터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40대 남성이 단식 투쟁 끝에 지난 6월 24일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아사(餓死·굶어 죽음)로 판명됐다.

수용시설에서 이 남성의 단식 투쟁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지난 5월 말이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추방 명령, 장기간 이어진 시설 구금에 반발해 3주 이상의 단식 농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몸무게가 13㎏나 빠졌다. 체중이 약 50㎏까지 빠진 6월 17일, 시설 직원은 “이대로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남성은 치료를 거부했다. 사망 당시 남성의 몸무게는 약 47.5㎏에 불과했다. 부검 담당 의사는 “이 남성이 사망 당일 링거(수액)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도 있었지만 가능성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내 불법체류자 수용시설에서 수용자가 굶어 죽은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일본변호사협회는 지난 8월 성명을 통해 “수용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사망자 본인이 석방을 요구하며 식사와 수액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센터가 식사를 거부하는 수용자들의 경우 의사 판단 하에 치료를 강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2001년 법무성 통지를 비상근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숨진 남성은 지난 2000년 일본에 입국한 뒤 절도 등의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사카의 한 시설에 구금돼 있다가 지난 2015년 가석방 조치와 함께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2016년부터 해당 센터에 수용돼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센터는 숨진 남성의 석방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절도 사건이 조직적이고 악질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근 의사 확보 등 강제적 치료체제 정비를 지시했다”면서도 “추방을 거부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출입국 관리체계의 근간을 위협하고 사회질서·치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민자나 난민 수용을 기피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악명이 높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81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으나 이듬해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7년간 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외국인은 750명에 불과하다. 난민 인정률 자체가 낮다. 일본변호사협회는 일본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뒤 장기간 대기하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출입국재류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추방명령을 거부한 채 입국관리센터에 구금돼 있는 외국인은 858명이다. 이중 센터 내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달 25일 기준 총 3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NHK방송은 “일본 정부가 이번 나이지리아 출신 남성 사망사건 발생 이후 단식 농성을 벌이는 외국인들을 2주 간 풀어줬다가 다시 잡아들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