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범행 14건 자백” 화성연쇄살인 사건 유력용의자 이춘재 이름 밝히기까지

입력 2019-10-01 20:16 수정 2019-10-01 21:30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관련,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부산교도소에서 경찰과 9차례 대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 범행 9건과 추가 5건이 더 있다고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된 사건은 성폭행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1일 “이춘재가 총 14건의 범행에 대해 자백했다”고 말했다.
이춘재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 형사와 프로파일러 9명을 보내 추궁한 것이 이춘재가 입을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로파일러 9명 중 6명은 직접 이춘재의 입을 여는 역할을 하고, 3명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춘재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주부터 입을 열기 시작해 이날까지 이같이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가 입을 연 것은 화성 사건 이후인 94년 1월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수감생활을 하면서 그 지독한 세월을 마침내 고백한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의 화성사건 전부와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최근 경찰에 털어놨다.
화성사건 이외 범행은 화성사건 전후 화성 일대에서 3건, 이 씨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화성 일대에서 3건 중에는 화성사건 이전 화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까지 9차례에 걸쳐 이 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이 씨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씨는 처음에는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으나, 지난주부터 서서히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입을 연 데에는 화성사건의 5, 7, 9차 사건에서 자신의 DNA가 나온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러나 이 씨가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자백한 점 등에 미뤄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자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며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 진술을 하기 시작했으나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자백 건수와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처음부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이춘재의 자백이 화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해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 경찰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수원=강희청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