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남성 시위대,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 맞아 중상

입력 2019-10-01 19:36 수정 2019-10-01 19:44
홍콩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가슴을 맞은 시민이 응급 조치를 받고 있다.SCMP캡처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에서는 대규모 축하행사가 열렸지만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애도의 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홍콩 시내 곳곳에서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한 남성이 가슴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는 경찰관의 모습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취안완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 과정에서 한 남성이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남성이 총을 맞고 쓰러지자 진압 경찰과 응급 구조 요원들이 이 남성을 길거리 바닥에 눞이고 산소호흡기를 부착시켜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카오룽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공격하자 경찰관들이 실탄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이 차량을 공격한 시위대를 뒤쫒다 넘어져 폭행을 당하다 다른 경찰관들과 함께 실탄으로 경고사격을 하며 저지에 나선 것이다. 경찰관 2명이 피를 흘리며 시위대에 권총을 겨누는 사진도 SNS에 유포됐다.

완차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불을 질렀고, 센트럴과 삼수이포, 사틴 지역에서도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함께 파란색 물감을 섞은 물대포를 시위대에 쏘기도 했다.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AFP연합뉴스

경찰은 툰먼 지역에서 시위대가 부식성 액체를 사용하는 바람에 경찰관들이 손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식성 액체에 녹아내린 진압복 사진과 화상입은 경찰관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웡타이신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홍콩 해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길가에 늘어선 오토바이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진화하기도 했다.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신중국 70주년인 1일은 ‘애도의 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시위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홍콩 당국은 이를 불허했지만 시위대는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홍콩 지하철 당국은 시위가 확산되자 이날 오후 5시현재 91개 지하철역 가운데 취안완 전체 라인을 포함해 25개 역을 폐쇄했다.

한편 홍콩 최고 갑부로 시위대에 관용을 호소해온 리카싱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식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홍콩 각계 대표 인사 240명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가 이날 국경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