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과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자” 내부 독려한 윤석열

입력 2019-10-01 18:35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자체적인 검찰 개혁 방안을 요구받은 지난 30일 신임 검사장들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때 윤 총장은 “지방에서 고생이 많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지근거리 참모들이 불참한 신임 검사장 만찬에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근무하는 검사장들이 다수 참석했다. 만찬 참석자들은 “총장은 그저 격려만 해 주셨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이날 만찬에 조금 늦게 참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지시 하루 만인 1일 오후 검찰 특별수사 부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놨다. 개혁안이 당장 마련되진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발표였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은 광범위한 과제였다. 여성 검사와 젊은 검사, 형사부 공판부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요구된 상황이었다.

윤 총장은 “법 개정까지 크게 해야 하는 것 이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민생 등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큰 그림을 그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기획조정부는 윤 총장의 지시를 받아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한 방안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짰다.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대해 저항하지 않겠다고 최근 분명히 밝힌 만큼, 가급적 신속한 일처리도 당부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하루 만에 개혁안을 공개한 조치는 “장관 수사는 수사대로”의 수사팀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최근 총장 주변에 이런저런 일이 있으셨다”면서도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수사할 뿐 검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윤 총장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직접 지시를 받았다. 조 장관 수사에 반발하는 여권으로부터는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는 실정이었다.

조 장관 수사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총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부 해석도 나왔다. 윤 총장이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뜻을 청와대에 밝혔고, 그와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총장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다는 것, 검찰총장이 임명권 행사에 개입한다는 것 모두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윤 총장의 내부 결속에도 불구하고 각계로부터 개혁 파상공세를 받는 검찰 분위기는 뒤숭숭한 편이다. 현재의 검찰 개혁 움직임은 검사들의 관심사인 인사와 결부돼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이날 검사 인사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의 개정 작업에 착수토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대형수사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일선 복귀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핵심 보직 2곳인 대검 감찰본부장, 사무국장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도 관심이다. 검찰 구성원의 비위 사실을 감찰하는 개방직인 대검 감찰본부장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의 발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검찰 직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대검 사무국장에는 윤 총장과 가까운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이 임명되리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미뤄지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은 여론을 균형 있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언론, 온오프라인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박상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