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프로축구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이 프리킥 상황에서 울산 골문에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직전 라운드까지 울산에 승점 2점 뒤진 2위였던 포항은 이 천금 같은 골로 마지막 경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FC 서울의 2016년 우승도 최종 라운드에서 가려졌다. 전북 현대와 승점 67점으로 동점이었던 서울은 박주영의 골로 마지막에 가서야 전북을 잡아내는 극장 경기를 연출했다. 스플릿 시스템은 이처럼 마지막 다섯 라운드를 매 경기 결승전과 같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만들어 왔다.
올 시즌부턴 이 스플릿 시스템의 명칭이 ‘파이널 라운드’로 바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K리그1 34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최종 5라운드의 명칭을 ‘스플릿 라운드’에서 파이널 라운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금색 로고도 공개했다.
K리그1은 2012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를 벤치마킹해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했다. 12개팀이 1라운드부터 33라운드까지 각각 3번씩 맞붙는 정규라운드를 치른 후 33라운드 종료시점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 6개팀과 하위 6개팀이 각각 1번씩 더 경기를 치러 최종 순위를 가린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은 12팀으로 구성된 K리그1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일정의 문제를 해결한 묘수였다. 12팀이 4번씩 맞대결할 경우 44라운드까지 빡빡하게 경기를 치러야 하고 3경기씩 붙으면 비교적 적은 33라운드 만에 리그가 끝나게 된다.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펼치는 마지막 5번의 경기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효과도 있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의 명칭까지 스플릿 라운드로 결정한 것이다. 스플릿이란 단어는 6팀씩 나눠서 경기를 치른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설명만을 담고 있다.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강등을 놓고 마지막 혈투를 벌이는 라운드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스플릿(split)’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도 아니었다. 처음 K리그를 접하는 팬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연맹 관계자는 1일 브리핑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스플릿보단 파이널이라는 용어를 써 특별함을 강조해 브랜딩하려 했다”며 “새로 K리그에 유입된 팬들이 스플릿이란 용어에 혼란스럽단 질문을 많이 했는데 파이널은 알기 쉽고 쓰기도 편할 것”이라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연맹은 10일 파이널 라운드 일정을 발표하고 11일 홍보용 웹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16일엔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팬 초청 미디어데이도 개최된다. 상위 그룹인 파이널A 6개팀 감독과 대표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과 팬 사인회가 진행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