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학교 및 고속도로 톨게이트, 국립대병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총파업까지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추투(秋鬪)’의 도화선이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인 집단 단식 농성 및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된 총파업 일정은 10월 17~18일 이틀간이며, 전국 규모로 진행된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현재는 이틀간 파업이 예정돼 있지만 협상 결렬 시 이틀 이상 장기간의 파업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 상반기 사용자 측인 교육 당국과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7월 3일부터 3일간 총파업을 진행해 학교 급식 등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잇따른 교섭 불발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 18일부터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또다시 2차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급식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생겼다.
톨게이트 노동자 문제도 꼬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35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사회 각계 원로 200명은 지난 30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직접고용을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9월부터 경북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청소·주차·시설 노동자들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30일 공동파업을 진행했다.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조원들도 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총 총파업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 기자회견에서 “가슴이 아프고 분노스럽다”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내는 단체 교섭장을 정부가 나서서 책임있게 만들어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지난 23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특별 결의문을 통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쟁취 투쟁은 이미 모든 노동자의 투쟁 사안”이라며 “투쟁 승리를 위해 전 조직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11∼12월 비정규직 철폐를 전면에 내건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관과 노조가 잘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