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70주년…홍콩은 ‘애도의 날’ 시위,최루탄·화염병 난무

입력 2019-10-01 17:32
신중국 건국 70주년인 1일 홍콩에서 시민들이 '애도의 날'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에서는 대규모 축하행사가 열렸지만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애도의 날’ 시위를 벌였다. 홍콩 당국의 집회 불허에도 불구하고 홍콩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중국의 국경절이 국가의 경사가 아니라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지난 7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탄압을 받고 희생됐기 때문에 이를 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당국은 집회를 불허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에 불복해 취안완 지역과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사틴, 침사추이, 툰먼, 웡타이신 등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툰먼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에 나서는 등 오후 3시쯤부터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툰먼 지역에서 시위대가 부식성 액체를 사용하는 바람에 경찰관들이 손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식성 액체에 녹아내린 진압복 사진과 화상을 입은 경찰관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웡타이신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도로에 각종 철구조물로 바리케이트를 치면서 “홍콩해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부근에서는 길가에 늘어선 오토바이에 누군가 불을 질러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는 바람에 소방대원들이 긴급출동해 진화하기도 했다.

도심 센트럴에 모였던 시위대가 동쪽인 코즈웨이베이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인파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도로를 점거했다. 홍콩 지하철 당국은 만일이 사태에 대비해 시위가 예고된 지역의 지하철 역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편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식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카싱이 빠진 것은 그가 91살이라는 고령을 이유로 초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SCMP가 전했다. 그의 아들 빅터 리는 대표단에 포함됐다.

리카싱은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는 다른 홍콩 재벌과 달리 시위대에 대한 관용을 호소해 중국 본토의 반발을 샀다. 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위챗 계정을 통해 “범법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캐리람 행정장관은 전날 홍콩 각계 대표인사 240명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가 이날 국경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