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터줏대감인 신흥시장은 온실 식물원 같았다. 잎이 축 늘어선 초록빛 실내 식물들이 유리 지붕에 매달려 있었고 골목길을 따라 크고 작은 화분이 줄지어 있었다. 주변은 종로 익선동, 중구 을지로 골목 등 여느 SNS 명소처럼 오래된 상가와 새로 들어선 상가가 부대껴 있었다. 실내 식물 숲과 카페에서 나오는 노랫소리, 빛바랜 정육점 간판, 오래된 건강원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냈다.
남산 아래 오래된 언덕마을 해방촌이 식물들로 덮이고 있다. 서울시는 해방촌부터 만리동광장으로 이어지는 길 곳곳을 동네정원으로 재단장했다. 잿빛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 위에 파릇파릇한 식물과 알록달록한 꽃을 얹었다. 오는 3~9일 서울정원박람회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대표 꽃은 노란 코스모스인 ‘황화코스모스’다. 골목길과 계단처럼 긴 거리를 메운 꽃이 대부분 이 꽃이다. 풍성한 초록 이파리에 풍성한 노란 잎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우중충한 콘크리트 바닥에 생기를 더했다.
방치된 공터는 녹지로 재탄생했다. 술병이 나돌던 한 한의원 1층 건물 앞에는 수크령 리틀버니, 큰꿩의비룡 등 독특한 식물들을 심었다. 동네 부동산과 빌라 앞도 꽃밭으로 변신했다.
전문 작가들이 꾸민 정원들이 눈에 띈다. 폐자재가 쌓여있던 심심한 콘크리트 계단길 옆을 핑크·초록·고동·연두빛 식물들로 채웠다. 풀밭 옆 벤치를 둬 마을 정원처럼 꾸민 곳도 있었다. 해방촌 고지대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은 황화코스모스로 뒤덮였다. 바닥은 물론 계단 손잡이에 천으로 만든 화분을 달아 풍성함을 더했다.
대학생들과 주민들이 직접 꾸민 주민정원도 특색있다. 해방촌 주민들로 이뤄진 ‘해방촌 동네정원사’와 대학생들이 동네 자투리 공간에 8개의 녹지 정원을 조성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