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후 미 하원이 연일 탄핵정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중심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대응팀 구성을 일축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근들의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탄핵 대응팀을 꾸려야 한다는 측근들의 제안을 일축했다고 백악관과 가까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탄핵조사가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과거 그를 보좌한 인물들을 다시 불러들여 탄핵 대응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탄핵을 추진 중인 민주당에 맞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또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개인변호사인 줄리아니가 더 이상 트럼프를 돕지 않는다고 전하며 변호사 추가선임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더 이상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변호사 추가선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자기 과신으로 여당인 공화당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 한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공화당 직원들과 의원들은 그곳에 무엇이 또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탄핵정국 이후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47%로 나타났다.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고 지난 5월 같은 조사에서 나온 41%보다 6%포인트 올랐다. 반면 탄핵 반대 응답은 45%로 지난 조사보다 9% 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미국 CBS방송이 지난 29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를 찬성하는 응답이 55%로 반대 응답(45%)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탄핵 반대는 36%였고, 22%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응답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