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새 총장에 민영돈 전 병원장 당선…유일한 민립대학으로 순항

입력 2019-10-01 16:01 수정 2019-10-01 16:08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어온 조선대학교 제17대 총장 선거에서 민영돈(61) 의학과 교수가 당선됐다.

민 교수는 1일 본 선거와 사전선거 집계에서 58.7%를 득표해 나머지 3명의 후보를 따돌리고 1차 투표에서 무난히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과반수 득표에 따라 결선투표는 치러지지 않았다. 조선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실시한 사전 투표에 이어 이날 본 투표 등 선거절차를 진행해왔다.

구성원별 참여 비율을 반영해 교수 622명, 직원 262명, 학생 96명 등 모두 선거인단 980명의 총 투표율은 92.1%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번 총장선거에서 한번 고배를 마셨다가 이날 총장에 당선된 민영돈 교수는 외과의사로 조선대 병원장과 대학결핵협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위암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조선대는 지난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은 강동완 전 총장의 거취를 놓고 그동안 구성원들이 대립과 반목을 거듭했다.

‘한 대학 두 총장’이라는 기형적 체제에서 혼란을 겪었다. 이사회의 해임결정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강 전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강 전 총장은 이사회가 업무복귀를 막자 법인 이사장을 상대로 ‘총장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제기했다.

또 교무처장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하는 등 법적 소송을 통해 반발해왔다.

하지만 광주지법 민사21부(박길성 수석부장판사)가 총장 선거를 목전에 둔 지난달 27일 “이사회의 강 총장 해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 전 총장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총장 선거의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설립 73주년을 맞은 조선대가 그동안 학내 혼란과 분열을 극복하고 정상화를 향해 순항할 수 있게 됐다.

조선대는 지난해 대학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해 개학 이후 최대의 난관에 처했다.

당시 강 총장이 2만여 명이 재학 중인 대형 대학을 정부가 퇴출 예비대학이나 다름없는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하겠느냐고 평가작업에 소홀히 대처한 게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강 총장은 교수평의회가 긴급총회에서 83%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장 퇴진을 결의하자 “책임지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수차례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이사회가 해임을 결의하자 “부당하다”며 퇴진을 거부해왔다.

1946년 개교한 조선대는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명이 주축이 된 설립동지회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세운 유일무이의 민립대학이다.

대학설립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뒤 초대총장에 오른 박철웅(朴哲雄, 1912년~1999년)은 6·25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에 대학과 거리를 두다가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대학에 슬며시 복귀했다.

이후 교수채용 비리 등 전횡을 휘두르던 그는 1987년 총학생회 등의 학내민주화 투쟁에 밀려 대학에서 추방됐다. 현재는 임시 이사회와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한 대자협이 대학을 운영 중이다.

현재 재학생 2만여명, 지금까지 졸업생만 25만여 명을 배출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새로 선출된 총장을 중심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민립대학으로서 장기적 발전전략을 다듬고 향후 교육부 대학평가에서도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