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으로 숨진 딸 모교에 15년 간 1억 원 기탁한 ‘부정(父情)’

입력 2019-10-01 15:36
김병순 ㈜나노하이테크 대표(오른쪽)가 1일 이덕훈 대전 한남대 총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대전 한남대 재학 중 희귀병으로 숨진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5년 간 총 1억 원을 이 대학에 기부한 아버지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인 김병순 ㈜나노하이테크 대표는 1일 오후 2시 한남대를 방문해 이덕훈 총장에게 15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5년 8월 한남대 일문과 4학년 재학 중 루푸스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희진 씨의 아버지다.

그는 딸이 숨진 뒤 딸의 이름을 딴 ‘김희진 장학기금’을 만들어 매년 수백만 원씩 한남대에 장학금을 기부해오고 있다.

김 대표의 기부는 딸의 장례식장을 찾은 일문과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시작됐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해마다 장학금을 내놓은 햇수도 어느새 15년. 이 기간 장학금은 1억 원이라는 큰 금액으로 훌쩍 늘었다. 김 대표는 1억 원이 넘는 기부자를 예우하는 ‘한남대 아너스클럽’의 회원이 됐다.

그는 “딸에게 제대로 못해줬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베풀고 싶었다. 딸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중”이라며 “희진이의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작은 정성을 전했을 뿐이다. 한번에 쾌척하지 못하고 조금씩 내고 있어 부끄럽다”고 겸손을 표했다.

이어 “희진이와의 약속과 신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장학금 기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훈 한남대 총장은 “아픈 상처를 추스르고 희진 양의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발전기금을 기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