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 7∼8월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 감소율은 -3.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율은 한국의 두배가 넘는 -8.1%였다. 8월만 봐도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6.6% 줄어든 데 비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이보다 큰 9.4%가 감소했다. 일본이 한국에 ‘보복성’으로 취한 수출규제 조치가 오히려 일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 셈이다.
일본은 7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이런 대한국 수출규제가 시작된 이후 약 3개월 동안 한국으로의 개별수출이 허가된 것은 불화수소 1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포토레지스트 3건 등 5건에 불과하다. 반도체용 불산액의 경우 단 한 건의 수출허가도 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액체 불화수소(불산액)는 단 1건의 수출허가도 나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3위 수출국인 한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자국의 수출을 더욱 줄이는 악수를 둔 셈이 됐다. 한국도 지난달 18일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정상적인 민간 용도의 수출은 조속히 허가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한국의 대일 수출액은 23억2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9% 감소했지만, 낙폭은 전월의 6.6%보다 줄었다. 수입 감소율은 7월 -8.4%, 8월 -8.2%, 9월 -8.6% 등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수출의 경우 7월 1일∼9월 25일 반도체는 10.5%, 가전은 0.8%, 석유제품은 15.1%, 석유화학은 3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반도체제조용장비가 38.7%, 금형이 4.6%, 금속공작기계가 33.1% 줄었다. 대일 무역수지는 7월 16억6200만 달러, 8월 16억3500만 달러, 9월 14억9800만 달러 적자로 수출규제 전 월별 무역수지(10억∼20억 달러 적자)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산업부는 “3개 수출규제 품목의 대일 수입액은 1억8000만 달러로 전체 대일 수입액 117억10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수출 규제 이후 한일 양국 전체 수출에서 상대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도 오히려 한국에 유리하게 나타났다.
일본의 전체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6.3%, 7월 6.6%, 8월 6.9%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10개월 연속 빼기였지만, 회복의 신호도 감지됐다. 9월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7% 감소한 447억1000만 달러, 수입은 5.6% 감소한 387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무역수지는 59억7000만 달러 흑자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며 9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고, 하루 평균 수출도 21억8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을 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에도 수출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9월 물량은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규모로 큰 3.1%가 늘었고, 1∼9월 누적 물량도 0.9% 증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