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회식 후 버스 치여 사망…“업무상 재해 맞다”

입력 2019-10-01 10:14

회사원이 상사가 주재한 저녁 식사에서 만취해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회사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9월 야근을 하던 중 회사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사업본부장이 제안한 자리였다. A씨는 식사 후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던 중 차도 쪽으로 넘어지면서 버스에 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하지 않아 ‘사업주가 관리하는 회식’으로 볼 수 없고, A씨가 과음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져서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유족은 “식사비가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됐고 회식 성격의 저녁식사였으니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저녁 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임원 중 하나인 사업본부장이고 1차 저녁 식사도 법인 카드로 결제됐다”며 A씨가 사업주가 관리하는 회식에 참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와 동료들은 당초 식사 후 복귀해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식사 자리와 회사 업무 사이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A씨의 사망과 수행한 업무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