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조국…“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견제 요구한다”

입력 2019-09-30 20:21

조국 법무부 장관은 30일 “국민들의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헌정 사상 가장 뜨겁다”며 “국민들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묻고 있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지난 토요일 수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기 법무·검찰개혁위 발족식은 조 장관이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무부 업무보고를 한 이후 열렸다. 법무부는 조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조 장관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인터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혁위원회에서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심경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최근 책임, 소명, 소임 이런 말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말인지 깨닫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 매일매일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2기 개혁위원회 위원장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김남준(56·연수원 22기) 변호사가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맡았고,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면 위로 드러낸 이탄희(41·34기) 전 판사도 위원에 포함됐다. 이 전 판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된 뒤 ‘법관 블랙리스트’ 파일의 존재를 알게 되자 행정처 근무를 거부하며 사표를 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으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오선희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개혁위는 법조인, 언론인, 검찰 수사관, 법무부 서기관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40세 이하의 형사부 평검사와 형사부 근무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도 포함됐다.

개혁위는 이날 첫 회의에서 특별수사 등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이동, 검찰 보직 관련 규칙 개정을 조 장관에게 1호 권고안으로 내기로 했다. 앞으로도 개혁위 논의의 초점은 검찰 조직문화 및 인사제도 개편과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이다. 이들은 매주 한차례 정기회의를 열어 입법 과정 없이 즉시 추진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안건들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한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단장으로 구성된 장관 직속기구인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이 위원회 활동을 지원한다. 황 단장은 “검찰 개혁에 관한 큰 틀은 정해져 있다. 세부 사항을 가급적 신속하게 실천하자는 게 목표”라며 “필요하면 한주에 두 번씩 회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