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국제결제시스템 개발하고 경제 블록 생성하기도
달러 동맹국인 한국은 대체 방법 없어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 ‘균열’ 가능성 존재
기축통화 자리를 두고 각국의 신경전이 거세다. 그 중심에 중국 러시아의 ‘탈(脫) 달러화’ 정책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체 국제결제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달러(USD)를 쓰지 않는 ‘블록 경제’를 만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달러 패권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달러로 표시된 미국 국채에 대형 투자가나 연기금의 압도적인 투자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달러의 지위는 앞으로도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계와도 일치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화폐 거래의 44%가 달러였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61.8%로 2위 유로화(20.2%)를 크게 따돌렸다. ‘달러 독재’에 대항할 세력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2인자’들이 쉽게 물러선 건 아니다. 중국은 2015년에 위안화(CNY)로 거래가 가능한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만들어 위안화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CIPS에 참여한 은행은 지난해 말 865개에 달한다. 지난해 거래액도 전년 보다 80% 늘어난 26조 위안(약 4364조원)에 이른다. 러시아도 자국 국제결제시스템(SPFS)으로 중국과 교역하면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해 화답하는 등 ‘통화 동맹’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거래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투자 매력도 떨어져서다. ING그룹은 지난달 17일 “중국 위안화 거래량은 세계 8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가계·기업은 높은 안정성과 금리 때문에 미국 달러를 선호한다. 올해 1900억 달러(약 227조 8000억원)가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로화도 체면을 구겼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유로화 20주년 행사에서 “유로화가 국제 시장에서 더 강력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NG는 EU가 연간 약 3000억 유로(약 393조2000억원) 어치의 석유와 가스 수입 대금 에서 80%를 달러로 계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들도 달러에 대립각을 세운다.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거나 암호화폐 개발로 ‘달러 대체’에 나섰다. 세계금평의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이 사간 금은 모두 651톤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중국 인민은행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은 암호화폐 개발 논의에 한창이다. 시장에선 달러화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등락에 ‘울고 웃는’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이미 원화를 담보로 달러화를 빌릴 수 있는 통화 스와프를 미국과 체결한 상태다. 달러 ‘동맹국’인 셈이다. 성 교수는 “규모가 적은 한국이 탈 달러화를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아 대규모 금융결제가 빈번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은 달러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선 달러 패권의 균열을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싱크탱크인 미제스 경제연구소는 지난달 13일 “달러가 지난 70년간 2008년 금융 위기, 미국의 보호무역, 잇따른 제3국 금융 제재 등으로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며 달러 패권이 장기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