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한인부부 억만장자 성공 신화 ‘포에버21’ 파산신청

입력 2019-09-30 17:36
포에버21 매장. 사진=포에버21 웹사이트 캡처

한인의 ‘아메리카 드림’ 신화를 썼던 의류회사 ‘포에버21’가 파산신청을 했다. 이민자로서 접시닦기, 주유소 종업원 등을 해가며 시작한 옷가게를 세계적인 의류회사로 만들며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 계속되는 매출 부진으로 파산의 길을 밟게 됐다.

로이터통신, 미국 CNN방송 등은 29일(현지시간) 포에버 21이 이날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800여개 점포 중 178곳을 폐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선 “국내 매장 폐쇄 여부에 대한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만 “상당 수 점포는 평소처럼 문을 열고 영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미국 내 주요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포에버21은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라는 뜻으로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을 간 한국인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했다. 이들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피게로아 거리에 ‘패션 21’이라는 첫 의류판매장을 열었다. 약 25평의 작은 매장으로 시작한 옷가게는 이후 나중에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8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의 5대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회사는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백화점이나 단일 브랜드보다 빨리 최신 유행을 도입하면서 저가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패스트 패션’ 전략으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특히 옷가게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장씨 부부는 경비와 주유소 직원, 커피숍 직원으로 3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이들은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대열 합류하며 미주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높은 부채수준과 임대표로 전통 유통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스트패션과 가속화된 공급체인의 결합은 소매업자가 트렌드를 잘못 읽고 여러 개의 트렌드 사이클을 놓칠 가능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위험을 악화시켰다”고 CNN에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