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파리·런던·밀라노는 ‘세계 4대 패션쇼’로 손꼽힌다. 세계 유수 모델들도 오르기 힘든 이 자리에 세 번이나 등장한 9세 소녀가 있다.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아홉살 소녀 데이지 메이 드미트리가 등장했다.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당당히 포즈를 취하는 드미트리를 보며 전 세계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미트리에게는 두 다리가 없었다.
‘비골 무성형증’이라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드미트리는 생후 몇 달 만에 양쪽 다리를 절단했다. 대신 의족을 찬 상태로 걷는 연습을 했다.
드미트리의 아버지 알렉스는 29일 DM(다이렉트 메세지)으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미트리는 장난기 많고 밝은 아이”라고 전했다. 그는 “처음 드미트리의 병을 알고 충격을 받아 자살을 결심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드미트리는 나에게 커다란 행복이다”라며 “세상에 영감을 주는 아이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의족을 착용한 드미트리는 재활운동과 체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알렉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연한 얼굴로 텀블링하고 러닝머신을 하는 드미트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가 고된 훈련에 힘들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드미트리는 워낙 겁이 없고 용감해서 슬럼프가 없었다”고 전했다.
파리 패션위크가 드미트리의 첫 무대는 아니다. 그는 “드미트리가 영국 런던 패션위크와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도 오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영국 런던 패션위크 당시 텀블링을 하며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아동복 브랜드 ‘룰루 에 기기(Lulu et Gigi)’의 아동복 모델로 무대에 섰다. 당시 ‘룰루 에 기기’의 창업자 에니 으제뒤-뷔롱은 “드미트리가 무대에 서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며 “우리 옷은 어린이들의 개성을 중시하는 만큼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대가 끝나고 어떤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드미트리는 슈퍼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며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했다. 예전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알렉스는 드미트리는 또래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드미트리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며 “드미트리 역시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라고 강조했다. 또 “슈퍼모델이든 어떤 일이든 그녀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녀의 꿈을 위해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