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전·현직 직원 20여명이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수수 및 향응을 받아 법적 처벌되거나 국토부 자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지역 공사를 둘러싸고 업자와 공무원이 유착하는 비리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이 30일 국토부로부터 받은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서울청) A씨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대전청) 전 국장 B씨를 각각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들 관련 수사 내용을 국토부에 통보했다.
A씨는 안양~성남연결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하도급업체 등으로부터 총 1100만원의 뇌물을 받고 하도급업체 선정 입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퇴직한 B씨는 대전청 하천국장 재직 당시 특정 건설업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5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경찰청은 국토부에 A씨의 향응 수수, 골프 접대 등 추가 비위 혐의와 관련한 감사를 의뢰하고 B씨뿐 아니라 국토부 발주공사 수주 알선 명목으로 4억3000만원을 받아 구속된 언론사 발행인 C씨와 연계된 전·현직 국토부 공무원 14명을 청탁금지법 등에 따라 조치하도록 요청했다.
최근까지 국토부는 자체 감사를 통해 퇴직자 3명을 포함해 무려 21명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이 당초 통보한 15명뿐 아니라 감사 과정에서 6명의 비위가 추가로 밝혀졌다.
감사 결과 이들의 총 뇌물 액수는 총 1120만원, 금품 등 수수액은 282만9000원에 이르렀다. 구체적 접대 내용은 호텔 마사지·사우나 등 향응이 20회로 238만원, 골프 등 2회로 44만9000원 규모였다.
특히 한 건설업자의 휴대전화에선 “올 때 용돈 좀 준비해 오라”는 공무원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중징계 3명을 포함해 총 10명을 징계하고 565만8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품 수수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도 품위 손상의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했다. 소속 조직별로는 국토부 본부 인사 5명, 지방청 직원 7명 등이 비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안호영 의원은 “20여명이 한꺼번에 비리 혐의로 적발된 것은 국토부 조직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공직 기강 확립,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지방국토관리청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인맥과 유착을 통해 공사를 수주하는 사례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대규모보다 소규모의 지역 공사들에서 뇌물 수수 및 향응 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며 “특히 소규모 공사의 경우, 수의계약이 이루어져 정확히 불법으로 보기도 어렵다. 여기서 불법을 가르는 경계가 금품수수 여부이며 이것을 잡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관계자도 “최근에는 전자 입찰을 진행해서 원청 건설사를 선정할 때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는 적다”면서 “단가가 낮고 소규모 사업에서는 수의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수의계약 도중에서 뇌물 수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국토부 직원들이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만남을 지양할 정도의 경각심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들이 영향력을 쉽게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공 입찰 과정에서 투명성이 좀 더 드러나야 한다”면서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를 임의로 선정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국토부가 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