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압박’ 본격화, 문 대통령 “개혁방안 제시하라” 지시

입력 2019-09-30 16:56 수정 2019-09-30 16:59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는 표현을 쓰며,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7일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한 지 사흘 만이다. 장외 촛불집회로 여론을 확인한 만큼, 속전속결로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검찰 개혁 주문이 조 장관을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주체’라는 말도 두 차례나 되풀이하며 “법·제도적 개혁에 관해선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변화를 행동으로 입증하라는 지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법무부의 업무보고는 35분간 진행됐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 절제’ 메시지를 낼 때 이날 일정도 함께 잡혔다고 한다. 조 장관은 공석 중인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의 인사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수용했다. 조 장관 외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 황희석 검찰개혁추진단장이 함께 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형식과 내용 양 측면에서 검찰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차관과 이 검찰국장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초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되기도 한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을 언급한 것도 조 장관 수사를 공개 비판해온 임은정 검사나 서지현 검사를 사실상 특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조 장관이 인사를 건의한 대검 감찰부장과 대검 사무국장은 현재 인선이 미뤄지고 있는데 검찰과 법무부 간의 알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자리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이 참석하지도 않은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지시’ 형태의 메시지를 낸 것도 ‘임면권자’의 권한을 강조하면서 검찰에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는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들인지…”라며 “수사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아니라 수사 관행의 잘못된 점들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박세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