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눈물 읍소 전략?···‘전 남편에 사죄·아이 걱정·죄값 받겠다’

입력 2019-09-30 16:13 수정 2019-09-30 17:26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은 30일 오후 4차 공판에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일명 ‘커튼머리’로 나타났다.

특히 재판부에 눈물의 호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대로 고유정은 모두진술을 통해 계획 범행이 아닌 우발적 살해라는 기존의 주장을 연신 울먹이며 조목조목 쏟아냈다.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고유정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해 악몽 속에서 살고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지난 5월 25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마트 주차장에서 헤어지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A4용지 8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어 내려가며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울먹였다.

고씨는 “차가운 창살 속에 갇혀 비참한 모습을 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또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아빠와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자신의)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 “그때 참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고 말했다.

우발적으로 벌인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전 남편에게 사죄하며,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는 ‘모정’의 안타까움과 후회하는 모습을 재판부에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정은 이어 계획적인 범행을 부인하면서 우발적 살해를 한 것에 대한 자신의 죄값을 치르겠다는 인간적인 책임의 호소도 이어갔다.

고유정은 “마트에서 구매한 물품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고, 카레에 졸피뎀을 넣지 않았다”며 “현 남편이 제가 복용하던 졸피뎀을 버리고, 새것을 경찰에게 가져다가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도소에서 뉴스를 보면 일상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중계되는 게 너무 무섭다”며 “사실과 달리 과장되고, 추측인 부분이 아닌 제가 저지른 행동에 정당한 죄를 치르고 싶다”고 했다.

고유정은 당초 재판부가 1차 공판 당시 모두진술 기회를 줬지만 거부했다. 하지만 고유정은 지난 3차 공판 때 입장을 바꿔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가 아닌 고씨가 수기로 의견서를 가져 작성해 온다면 모두진술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한데 따라 고유정은 이날 눈물로 재판부에 하소연했다.

제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