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약한 태풍 ‘미탁’, 그래도 최대 강수량 600㎜

입력 2019-09-30 16:03
제18호 태풍 미탁의 예상 이동경로.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을인 9월에도 세력을 유지하면서 태풍 미탁은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치우쳐져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날씨누리 제공

제18호 태풍 ‘미탁’이 오는 3일 서해안에 상륙한 뒤 남부지방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됐다. 태풍은 점차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애초 예측보다 서쪽으로 치우쳐 움직이면서 중부지방에 대한 영향이 더 커지겠다. 9월에 발생한 가을태풍이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건 태풍 관측 이래 처음이다.

기상청은 태풍 미탁이 30일 오전 9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남동쪽 410㎞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으며 대만과 중국 상하이를 지나 빠르면 오는 2일 밤부터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겠다고 밝혔다.

미탁은 태평양보다 수온이 낮은 대만 인근 바다를 지나면서 세력이 약화된 뒤 속도도 느려져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미탁이 그럼에도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은 1일부터 3일까지 제주 산간지방에 최대 6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남부와 강원영동지방에는 400㎜ 넘는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와 남해안, 흑산도 등은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125~16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과장은 “태풍 상륙 시간과 서해안과 남해안의 일조시간대가 겹쳐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피해 예방을 당부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북상하고 있는 30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태풍 경로 등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탁이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면 관측 이후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첫 가을태풍이 된다. 그동안 가을태풍은 주로 일본을 향했고 한반도로 오더라도 남해안에 상륙하거나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이번 태풍은 중부 지방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 정 과장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서쪽으로 확장될 경우 태풍의 이동경로가 서쪽으로 더 틀어져 중부지방에 큰 영향을 주겠다”고 내다봤다.

기상 전문가들은 태풍 패턴이 변화한 배경으로 지구온난화를 주목한다. 정 과장은 “9월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동아시아의 기후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상습 침수지역과 강풍 피해 우려 시설 등에 대한 예방순찰을 강화했다. 침수와 붕괴가 우려되는 곳에 선제적으로 교통통제를 실시하라는 지침을 전국 경찰서에 전달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