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총리’였던 제바스티안 쿠르츠(33) 국민당 대표가 예상대로 총선에서 승리하며 두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진행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우파 국민당이 37.2%로 1위를 차지했다고 AP통신 등이 30일 전했다. 중도 좌파 사민당은 22.0%로 2위를 차지했고, 극우 자유당은 16.0%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녹색당이 14.3%, 네오스가 7.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183석 가운데 국민당은 71석, 사민당은 41석, 자유당은 30석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로 세계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유지하게 된 쿠르츠는 16세였던 지난 2003년 국민당의 하위 기구인 청년 국민당의 당원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빈 시의회 의원, 내무부 소속 사회통합 정무차관, 외무장관 등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7년 5월 국민당 대표를 맡은 그는 보수적인 정책의 선명도를 높이고 정치 신인들을 대거 발탁하며 당 장악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5개월 뒤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국민당을 제1당(득표율 31.5%)으로 만들며 31세 나이로 총리가 됐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국민당의 오랜 파트너였던 사민당 대신 ‘반(反)이민’ 노선을 공유하는 자유당을 국민당의 연정 파트너로 선택했다. 당시 오스트리아가 내각에 극우정당이 참여하는 유럽연합(EU)의 첫 국가가 된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었다.
자유당은 나치 친위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는 안톤 라인트할러가 주도해 1956년 만든 정당이다. 소속 정치인의 나치 찬양과 인종 차별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자유당은 쿠르츠에게 연정 이후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자유당 대표였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가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는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대가로 재정 후원을 요구하고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연정 붕괴로 이어졌다.
쿠르츠 본인도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낙마하면서 이번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출중한 외모와 젊은 이미지, 잘 연마된 언변 등을 토대로 형성된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그는 조기총선에서 승리하며 다시 한번 오스트리아를 이끌게 됐다. 하지만 국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만큼 연정이 불가피하다.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은 국민당-녹색당-네오스의 ‘3각 연정’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총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이 약진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보수 우파 국민당과 좌파 성향의 녹색당, 친기업적인 네오스는 이민자, 환경 등 여러 정책에서 이견이 커서 연정을 구성한다 해도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민당이 자유당과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유당은 이번 선거 기간 내내 국민당에 연정 ‘러브콜’을 보내왔다. 하지만 자유당이 당내 강경파를 배제하지 않을 경우 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쿠르츠에게 또 다른 대안은 2위 사민당과의 협력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그가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택하면서 사민당과 관계가 악화된 만큼 성사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많다. 어떤 시나리오든 그에게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연정 논의가 길어지거나 연정 구성에 실패해 소수 정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