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헬기와 대공포에 쓰이는 불량 부품을 한국에 납품한 업체 대표의 미국 내 재산 회수를 명령했다. 방위사업청이 불량 군수부품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은 처음이다.
방사청은 해외 부품업체 대표인 한국계 미국인 안모(73)씨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부 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지난 18일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고의로 감소시키는 등 채권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안씨가 운영하던 해외 부품업체 2곳은 2000년 9월부터 2002년 2월까지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에 500MD 헬기와 오리콘 대공방공포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했다. 방사청은 이 부품에서 일부 하자가 발견되자 이들 업체와의 계약을 해제했다. 2007년 지급했던 계약금 218만 달러(약 26억원)를 반환받기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중재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중재판정 직후 해산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방사청은 이들 업체 대표 안씨에 대한 소송을 한국 법원에 제기해 2015년 7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6년 11월 이 판결을 토대로 안씨가 미국에 숨겨 놓은 재산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미국 법원에 낸 것이다. 미국 법원은 한국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했다. 또 안씨가 소송 진행 중 미국에 있는 신탁회사 등으로 옮긴 재산에 대해 회수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미국 법원은 한국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산정된 연 20%의 ‘지연이자’가 과도하다고 보고, 연 10%로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미국에서 소송 절차가 진행되던 2019년 5월부터 200만 달러(약 25억원)를 갚은 상태다. 안씨가 미국 법원 판결해 불복해 항소를 하려면, 미국 법원에서 회수하라고 명령한 금액을 모두 공탁해야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계약원금에 손해배상금,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342만 달러(한화 약 41억원)를 돌려받게 된 것”이라며 “지연이자 부분에 대해선 법무부 등과 협의해 상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