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헌계미일기(海月軒癸未日記·사진)’는 조선 선조 재위 시기의 문신인 황여일(黃汝一, 1556~1622)이 장인어른을 간호하고, 임종 후 운구까지 3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치병일기다. 당시 조선의 의료상황과 장례절차를 알 수 있어 자료적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해월헌계미일기’처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한문 일기 8편을 국역해 ‘조선시대 개인일기 국역총서’를 펴냈다고 30일 밝혔다.
일기는 공식 기록에는 볼 수 없는 솔직하고 생생한 현장감이 장점이지만 초서 또는 행초서로 쓰여 읽기가 어려워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북행일기(北行日記)’는 서종태(徐宗泰, 1652~1719)가 북도별견시관(北道別遣試官)으로 임명돼 함경도 길주로 가서 별시(別試)를 시행하고 돌아와 보고를 올릴 때까지 4개월간에 걸쳐 기록한 일기다.
조선 후기에 정언(사간원 정6품 관직), 사간(사간원 종3품 관직) 등을 지낸 김복휴(金復休, 1724~1790)가 쓴 ‘기백재일기(己百齋日記)’는 한양에서 생활한 소북계 사대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김경철(金敬轍, 1698~1764)이 경상도 하양현감으로 재직하면서 쓴 ‘경상도하양현일록(慶尙道河陽縣日錄)’, 이해(李瀣, 1496~1550)가 어사의 명을 받고 함경도를 다녀온 24일간의 견문과 경험이 기록한 ‘온계선생북행록(溫溪先生北行錄)’, 정탁(鄭琢, 1526~1605)이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로 재직하면서 쓴 ‘정간공일기(貞簡公日記)’ 등은 공직자의 일기로서 눈길을 끈다. 숙종 때 작자 미상의 관동 유람기인 ‘관동일록(關東日錄)’, 송주상(宋周相, 1695~1752)의 금강산 유람 일기 ‘동유일기(東遊日記)’도 포함됐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