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전드의 전유물 아니다?’ 경력보단 데이터·소통능력 중시

입력 2019-09-30 15:08 수정 2019-09-30 15:16

삼성 라이온즈가 허삼영(47) 전력분석팀장을 김한수 감독 후임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9억원의 조건이다.

허 신임 감독은 야구팬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투수 출신인 허삼영 감독은 1991년 삼성 고졸연고구단 자유계약 선수로 입단해 5년간 현역으로 뛰었다.

1군 성적을 보면 1993년에는 1경기에 나와 1이닝을 소화했다. 7타자를 상대로 2안타, 2볼넷을 내주며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18.00이었다. 1995년에는 3경기에 나와 1.1이닝을 던졌다. 1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 13.50이었다.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2.1이닝, 평균자책점 15.43으로 초라했다.

현역 시절 허 감독은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일찍 마쳤다. 허 감독은 1996년 훈련지원요원으로 라이온즈에 입사했다. 1998년 이후에는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역대 삼성 감독 계보를 보면 허 감독 선임은 파격 그 자체다. 1대 서영무 감독을 비롯해 3대 김영덕 감독, 5대 박영길 감독, 6대 김성근, 11대 김응용 감독, 12대 선동렬 감독, 13대 류중일 감독 등이 거쳐갔다. 현 김한수 감독까지 모두 레전드 출신들이다.

앞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가 시도했던 무명 감독 실험을 연상케 한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셈 감독을 맡았었다.

1991년부터 2000년가지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통산 0.195를 기록한 무명 선수였다. 그리고 2007년 현대 유니콘스 1군 수비코치, 2010~2011년 LG 트윈스 1군 수비 코치가 지도자 경력 전부였다.

프런트 경력은 많았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운영팀 과장을 맡은 데 이어 2008년과 2009년 LG 트윈스 스카우터와 운영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데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2013년 4위, 2014년 2위, 2015년 4위, 2016년 3위로 팀을 이끌었다. 이후 SK 와이번스 단장을 거쳐 SK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있다. 염 감독 후임으로 넥센 감독으로 임명된 장정석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뛰긴 했지만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2005년부터 현대 1군 기록원과 매니저, 운영팀장을 거친 뒤 2017년부터 넥센 감독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허삼영 신임 감독과 염경엽 감독, 그리고 장정석 감독의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 야구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구단과의 소통에 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프런트를 거치면서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 생활 경력을 앞세워 무턱대고 감독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