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不自有展)·그 후’ 기획전이 다음 달 재개된다.
교도통신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가 다음 달 6~8일쯤 전시를 다시 시작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양측은 다음 달 초 전시를 재개하도록 일정 등을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우익 반발로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되자 부자유전 실행위 측은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나고야 지방법원에 지난달 13일 제기했다. 이들은 주최 측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사상·신조나 그에 따른 협박 등에 좌우되지 않고 작품을 공정하게 대우할 의무가 있다며 전시 중단이 작가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주최한 예술제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가처분 신청의) 내용을 확인한 후 적절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측은 30일 현지 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 기일에서 전시 재개를 추진하기로 화해했다. 오무라 지사는 경비와 관련한 협력, 사전 예약자에 대한 순번표 배부 등 전시 재개를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며 부자유전 실행위 측이 이를 수용해 화해가 이뤄졌다. 전시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관람객에게 교육을 하는 것,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이치현이 설치한 검증위원회 중간 보고서 내용을 관람객에게 미리 알리는 것 등이 오무라 지사의 조건에 포함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다음 달 14일을 끝으로 종료한다. 세부 협의 과정에 별 문제가 없으면 소녀상이 다시 전시되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가 될 전망이다.
부자유전 실행위는 일본 아이치현에서 3년마다 열리는 예술행사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라는 기획전으로 참가했다. 지난달 1일 개막하면서부터 우익 세력의 협박이 본격화했고 기획전 전시는 공식 개막 사흘 만에 중단됐다. 일본 공공미술관에 소녀상이 전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본 문화청은 전시가 중단되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당초 교부할 예정이었던 보조금 7800만엔(약 8억6810만원) 전액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문화청은 실행위가 안전 확보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소녀상 전시 사실을 미리 알려야 했음에도 신고 없이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보조금 신청 내용대로 전시회가 실행되지 않았다며 ‘보조금적당화법’ 등에 근거해 교부를 보류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총 사업비는 약 12억엔으로 부자유전 기획전에만 약 420만엔이 들어간다. 아이치현은 약 6억엔, 나고야시는 2억엔, 일본 정부는 7800만엔을 보조금으로 지급할 예정이었다. 전시가 재개되면서 문화청은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