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6년째 조교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공립대 조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했다. A씨는 “조교는 교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재임용에 불이익을 받을 정도로 대학 내 가장 ‘을’인 직업”이라며 “교수도 내년부턴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는데 조교는 ‘공무원’이라고 노조를 만들 수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대 조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6일 고용부에 조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공무원노조법상 국공립대 조교는 경찰, 군인 등과 함께 ‘특정직 공무원’에 해당해 노조 설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내년 4월 1일부터는 대학교수도 노조 설립이 합법화된다”며 “정작 그들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는 조교들의 노조할 권리가 법으로 제한된다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초·중등 교원에 대해서만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이 대학교수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관련법을 2020년 3월 31일까지 고치도록 했다.
전국조교협의회에 따르면 국공립대 조교들은 겉으로는 안정적인 교육공무원처럼 보이지만 고용불안과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통상 조교는 매년 재임용 심사를 받는데, 조교협의회가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조교 14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48.3%가 임용횟수에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 또 직무 수행 시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50.7%가 근무시간에 비해 과중한 업무라고 답했고 18.5%는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지시라고 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수 등 상사의 성폭력, 갑질, 재임용 거부 등 비위를 겪었다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꼴(24.4%)이었다.
이용득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런 상황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국공립대 조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노총도 서명 운동과 청와대 국민 청원에 나설 계획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