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첫 재판, 법원 “검찰 공소장 산만·장황”

입력 2019-09-30 13:11 수정 2019-10-01 09:14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재판부가 공소사실이 “산만하고 장황하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4월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두 사람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심는 방향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피고인 등의 감정상태가 여과없이 표현돼 있고, 따옴표를 이용해 대화내용을 직접 인용한 부분이 많다”며 “적절히 수정·삭제해달라”고 밝혔다. 피고인에 대한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어선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대표적인 부분은 ‘신 전 비서관이 화가 나서 여러차례 전화를 안 받는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사생활을 20년 했지만 업무방해죄 범죄사실에 대화내용을 이렇게 상세하게 쓴 공소사실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 등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2017년 12월∼2019년 1월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그중 13명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의 17개 공모직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장관 추천 후보자에게만 면접자료를 제공하는 등 채용 비리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김씨가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지난해 2월 물러나게 한 뒤 친정부 인사인 박모씨를 임명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심사에서 대상자 전원을 불합격 처리하는 등 선발을 백지화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재판부는 10월 29일 재판을 열고 공소장 변경 등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