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렌터가 계약 중 사망…소비자원 “렌터카 위약금 요구 수용할 필요 없어”

입력 2019-09-30 11:21

A씨는 2016년 7월 B 자동차 렌터카업체와 48개월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그는 임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18년 11월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B사는 A씨가 사망하고 8일 후 차량을 회수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에게는 계약 임대보증금 1232만원 중 위약금 106만원과 차량손상 면책금 10만원을 공제한 1197만원을 환급했다. 계약기간 동안 목숨을 잃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지불한 셈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임차인의 사망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B업체가 위약금을 환급하라고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렌터카업체는 분쟁조정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따라 계약 당시 계약해제 및 해지, 중도해지수수료 규정을 포함한 약관을 소비자에게 제공했고 약관을 근거로 계약해지와 위약금을 청구했으므로 신청인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렌터카업체 계약 약관에는 임차인의 사망을 임대인에 의한 계약해지 사유로 보고 아무런 통지없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차량의 반환을 청구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중도해지수수료 산식에 따라 위약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B사의 약관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A씨가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 사망했고 통상 원인이 자살이 아닌 경우 사망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정 결정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약관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렌터카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최근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차량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유지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와 관련한 소비자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접수된 장기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71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1372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장기렌터카 관련 상담 건수도 총 1729건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