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손가락 욕설’ 김비오, 빛 잃은 시즌 2승

입력 2019-09-29 19:37
김비오가 29일 경상북도 선산에 위치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2019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비오(29·호반건설)가 경기 도중 갤러리를 향한 손가락 욕설로 구설에 올랐다.

김비오는 29일 경북 구미의 골프존카운티 선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비오의 시즌 2번째 우승이자 통산 5승째다. 김비오는 2010년 대상과 신인왕·최저타수 1위를 모두 차지하며 코리안투어에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같은 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4위로 통과하며 미국 무대에도 진출했다.

미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김비오는 2014년 한국 무대에 복귀한 후에도 부진을 이어갔다. 제 2의 전성기는 올해 찾아왔다. 지난 4월 NS 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마저 우승하며 올 시즌 다승 1위(2승)가 됐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 상금랭킹도 7위(2억7098만원)를 기록 중이다.

부진을 극복해낸 김비오의 우승이 빛을 잃은 까닭은 그가 이날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서다. 김비오는 이날 16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를 했다. 다운스윙을 하던 중 갤러리 사이에서 휴대전화로 카메라를 찍는 셔터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김비오는 이 소리에 놀라 티샷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고, 스윙을 마치자마자 갤러리쪽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티잉 그라운드를 드라이버로 내려찍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 모습이 모두 TV 중계 화면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프로답지 않은 대처”다, “기본적인 인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경서 JTBC 골프 해설위원도 “화가 나는 상황이라도 자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30일 즉각 김비오 징계에 나설 예정이다. 김정남 경기위원장은 “생중계로 나가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벌타나 실격을 줄 수도 있었지만 상벌위원회 회부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비오는 경기 뒤 우승 기자회견에서 16번홀 상황에 대해 “티샷하기 전 여러 차례 조용히 해달라, 카메라를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필이면 다운스윙 때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 스윙을 멈추려고 하다 제대로 스윙을 못 했다”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서 큰 실수를 했고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어릴 때 또래들과 골프를 하다 보니 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이라며 “16번 홀 이후 많은 생각을 했고 더 성숙한 선수가 되겠다”고 사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