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또 한반도에 온다… 올해 유독 태풍 잦은 이유는

입력 2019-09-29 17:34
제 18호 태풍 미탁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탁은 2일 낮부터 제주도 서쪽해상부터 최대 600mm가 넘는 비를 뿌리겠다. 기상청 제공

태풍이 또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기상청은 제18호 태풍 미탁이 다음 달 초 전남에 상륙할 것이라고 29일 예보했다. 미탁이 예측대로 북상하면 올 들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모두 7개가 된다. 태풍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태풍이 영향을 미친 1959년과 그 숫자가 같게 된다. 미탁이 물러간 이후에도 또 다른 태풍이 한반도로 올 수 있어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유독 한반도에 태풍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로 기상청과 태풍 전문가들은 일본 규슈 인근 해상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존재를 들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특성을 지니는데, 규슈 인근 해상의 북태평양고기압이 10월이 다가오는데도 세력을 수축하지 않아 일본이나 태평양으로 이동해야 할 태풍이 한반도로 향한다는 것이다. 태풍이 한반도로 오는 길이 뚫려 고정돼 있다는 의미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 큰 특징은 쉽게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것”이라며 “가을이 되어서도 크게 수축하지 않아 태풍을 한반도 방향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북태평양고기압은 10년을 주기로 세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작년과 올해가 주기에 포함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 태풍의 발생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발생하는 필리핀 해상의 수온은 가을이 다가왔는데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반 센터장은 “수온이 10월이 되면 낮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열대 저기압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높아진 수온은 태풍의 강도를 더 세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태풍 미탁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720㎞ 부근 해상에서 한반도를 향해 시속 21㎞의 속도로 접근 중이다. 미탁은 대만 해상에서 세력을 급격히 부풀린 이후 늦어도 다음 달 2일 제주도를 시작해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겠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번 주 오히려 세력을 확장하면서 미탁이 한반도 중심부를 관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호남과 영남 충청 강원남부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최대풍속이 시속 97㎞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태풍 링링이 지나갔을 때 강풍 피해가 컸던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