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혁명’ 5주년 화염병·최루탄 난무…시진핑 초상화 밟기도

입력 2019-09-29 17:30 수정 2019-09-29 17:32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밟고 있는 홍콩 시위대.SCMP캡처

‘우산 혁명’ 5주년을 맞아 홍콩 시민들이 도심에서 17주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오성홍기뿐아니라 중국 공산당 깃발을 불태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를 길바닥에 붙여놓고 밟고 다니기는 등 강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홍콩 시민들은 29일 오후 2시쯤부터 시내 곳곳의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하며 “5대 요구사항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홍콩 힘내라” “홍콩 독립”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낮부터 헤네시 로드 등 곳곳의 도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트를 친 채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코즈웨이베이 부근에서 시위대를 체포하고 일찌감치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완차이 역에서는 시위대가 유리창을 깨고 역 내에 있던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홍콩섬 동쪽 코즈웨이베이에서 출발한 시위대가 완차이를 거쳐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행진을 하는 바람에 곳곳의 도로가 차단됐다. 시위 행렬에서는 미국 성조기와 영국 등 유럽국가 국기, 유엔 깃발을 흔드는 시민들도 보였다. 덴마크 국기를 든 찬모씨는 “우리는 홍콩 시위가 세계적인 싸움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지나가는 도로 위로는 경찰 헬기가 지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위대는 홍콩 최대 요식업체인 맥심스가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줄을 길게 늘어서 가짜 예약을 하는 식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시위를 벌였다. 맥심스 창업자의 딸 애니 우는 시위대를 ‘폭도’라고 지칭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는 홍콩시위대.로이터연합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오후 7시 홍콩 도심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르 공원에서 우산 혁명 5주년 기념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만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거리에는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고 적힌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붉은 중국 공산당 깃발을 불태우기도 했고, 에드머럴티 전철역 바닥에 시진핑 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놓아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는 홍콩 경찰.AFP연합

시민들은 이날 우산 혁명이 시작된 장소인 하코트 로드를 점거해 경찰과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홍콩 정부 청사로 몰려가 주변에 설치된 높은 장애물을 넘으려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저지하는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에 나서면서 양측의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정부 청사와 인근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연락판공실 일대를 중심으로 2000여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홍콩 시민들은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장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경찰이 무더기로 쏘는 최루탄을 우산을 펼쳐 막으면서 ‘우산혁명’으로 불렸다. 당시 하루 최대 5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결국 1000여명의 체포된 채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