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힐러리 이메일스캔들’ 재조사… 탄핵 물타기?

입력 2019-09-29 17: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수사국(FBI)이 불기소 처리를 권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메일 스캔들’ 사건의 관련자들을 계속해서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정국을 맞은 가운데 이뤄지는 조사로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보낸 전·현직 국무부 고위 관계자와 직원 130여명을 조사했다고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직원들은 수년 전에 보냈던 이메일이 소급돼 기밀로 지정됐고, 현 시점에서는 (개인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잠재적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는 2009년 4월부터 뉴욕 자택에 개인 이메일 서버를 두고 공문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메일 스캔들’을 핵심 공략지로 삼았다.

수사에 나선 FBI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인 2016년 7월 수만건의 메일 중 110건이 기밀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고의적인 법 위반은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법무부에 불기소 처분은 권고했다. 하지만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FBI가 2016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며 FBI의 이례적인 수사결과 발표를 비난했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정국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경쟁자인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부자 관련 의혹을 조사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내부 고발로 ‘탄핵 조사’를 앞두는 등 궁지에 몰려 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사에 정치적 동기는 없다고 강하게 보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편견이 전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사) 절차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국무부가 18개월 전부터 관련 직원들과 접촉을 했고, 한동안 주춤했던 조사가 지난달 재개됐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두고 공화당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이슈를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이번 조사가) 민주당 외교 정책 인사들의 통째로 더럽힐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 중 몇몇은 국무부 조사관들이 외압 때문에 마지못해 조사에 나선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조사관들이 사과했다며 “그들은 그것(조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