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유승민, 신당 창당 속도내나

입력 2019-09-29 17:24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9회 젊은 의사 포럼에서 '의사와 정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 지형이 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바른정당계 측은 손학규 대표의 거취가 정해지고 난 뒤에야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섣부른 예측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유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젊은 의사 포럼’에서 “작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는데 아직 보여드린 게 없다. 제가 바른미래당에 와서 이런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에 대해 고민이 깊다”며 “저도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 가능성에는 거리를 뒀다. 유 의원은 “국민들은 기호 1, 2번이 아니면 잘 안 찍을 테니 내년 총선에서 큰 집에 가서 편하게 정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10월 10일을 전후해 유 의원이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유 의원은 29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결론 난 것은 없다. 결심이 서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도 “그때는 국정감사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라고 했고, 비당권파 관계자도 “국감과 원내 상황이 있어서 10월 중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27일 바른미래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정당계 측에서도 창당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호남계 의원들과 손학규 측근들이 손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좀 봐야 한다”며 “탈당은 결심하고 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일부 의원의 경우 오히려 탈당에 부정적”이라며 “유 의원은 아직까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강연에서 나온 이야기를 확대 보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몇 달째 나오고 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가능하면 당에서 활로를 찾는 게 좋다. 호남계 의원들이 계속해서 당권파 측에 비대위 제안을 해보고 있다”며 “당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는 거지만, ‘안되면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게 유 의원 발언의 핵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학생위원회에서 사퇴했을 때 손 대표가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다음 주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창당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철수계 의원 7명이 비례대표라는 것도 신당 창당의 걸림돌이다. 안철수계 의원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출당을 추진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상 출당은 의원총회에서 당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바른미래당 당원권을 가진 의원 25명 가운데 최소 17명이 찬성해야 해서 호남계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서로 갈 길이 달라지면 출당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게 호남계 의원들의 심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