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출할 줄 알아야하는데 세리머니 같은 것이 없다보니 프로야구에 열정과 열광이 사라진 것 아닌가 합니다.”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LG 트윈스의 이동현(36)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 통산 마지막 등판이 될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한 이동현에게 이날 등판은 결과보다는 등판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동현은 두산 박세혁을 상대로 6구 풀카운트 승부 끝 삼진을 잡은 뒤 오른손을 번쩍 든 채 마운드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멋진 세리머니에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들 뿐 아니라 방송 중계를 지켜보던 이들도 감명 깊다는 평을 남겼다. 평소 세리머니를 자주 보여주는 그지만 이날의 세리머니는 프로 통산 마지막 공이었다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동현이 이날 경기 전 은퇴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의 흥행 부진 이유 중 하나로 ‘쇼맨십 부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동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는 자신감 있는 모습 보여주는 것이 프로야구 선수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선배들에게 배웠다”며 “그래서 마운드에서 포효하고, 좋으면 좋은 것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쇼맨십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운드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 표출할 줄 알아야하는데 세리머니나 이런 게 없다보니 열정과 열광이 식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쇼맨십이나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많아지면 다시 한번 프로야구가 흥행할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리머니를 마친 이동현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박용택, 내야진들과 긴 포옹을 나눈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선수 앞에서는 적과 아군이 없었다. 19년간 한 팀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의 뒷모습에 LG팬들뿐 아니라 두산팬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