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확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특수 관계’에 있는 해외 인사들과 가진 통화 내용을 기밀 처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인사들에게 러시아 정부의 대선 개입에 개의치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푸틴 대통령, 빈 살만 왕세자 등 논란 있는 인물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 녹취록에 접근 제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고위 인사들과 통화를 마치면 대화 내용을 요약본 형태로 정리해 백악관 직원들에게 회람돼 왔는데 이 사람들과의 대화는 이례적으로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된 이후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고위 인사들과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카슈끄지의 사망 원인과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 내용은 백악관 내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공유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을 처음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내부고발자는 지난 8월 의회에 발송한 고발장에서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을 통상 시스템에서 삭제하고 별도의 비밀 시스템으로 옮겼다고 공개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이 빈 살만 왕세자, 푸틴 대통령의 녹취록과 같은 시스템에 저장됐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5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세르게이 키슬랴크 전 주미 러시아 대사와 나눴던 비공개 대화 내용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러시아 정부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개의치 않는다고 전하며 “미국도 다른 나라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이 발언에 놀라 녹취 접근 제한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