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발병 농장 역학관계 찾았지만 5~8차 농장과 무관
7차 농장은 그 자체로 ‘미스터리’
3만8001마리 살처분 특단의 대책에 한 몫
인천 강화군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역학조사가 난항에 빠졌다. 국내 최다 발병지로 떠오른 강화군으로 어떻게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확인 가능한 경로를 살펴도 크게 2개의 퍼즐이 빠져 있다. 일단 경기도 연천군 확진 농장(2차 발병 농장)과 강화군 하점면 농장(9차 농장)의 연결고리는 드러났다. 다만 9차 농장과 5~8차 농장 간에 접점을 찾을 수 없다.
물음표는 7차 농장에 또 붙는다. 7차 농장은 석모도에 있다. 이 농장은 다른 발병 농장과 겹치는 부분이 없다. 폐업 이후 돼지 2마리를 놓아기르던 곳이라 축산 유통체계와도 분리돼 있다.
방역 당국은 강화군의 발병 농장 간 거리가 10㎞ 이내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이 강화군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군 하점면 돼지농장(9차 농장)과 연천군 백학면 농장(2차 농장) 간 역학관계가 확인됐다. 두 농장은 같은 도축장에 출하했다. 같은 차량이 도축장에 돼지를 실어나르면서 두 농장을 드나들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직접 전파했다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전파 경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9차 농장과 강화군 내 5~8차 농장이 역학관계에서 맞닿는 지점이 없다. 육지에서 강화도로 전파됐을 경로는 있는데, 정작 강화도 안에서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다. 일단 5차 농장(강화군 송해면)과 6차 농장(강화군 불은면)은 같은 사료 차량이 출입했다. 6차 농장과 8차 농장(강화군 강화읍)은 같은 퇴비 차량이 오가면서 분뇨를 실어날랐다. 이에 따라 5차와 6, 8차 농장은 축산 차량을 매개체로 볼 수 있다. 다만 9차 농장과 5, 6, 8차 농장 사이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축산 차량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을 뒤져도 교집합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다 7차 농장(강화군 삼산면) 사례는 역학조사를 더 미궁에 빠트리고 있다. 이 농장은 폐업 이후 돼지 2마리를 키웠다. 도축장 차량이 드나들지도, 사료 차량이 오가지도 않았다. 분뇨 차량 출입기록 역시 전무하다. 농식품부 역학조사팀은 일반적으로 조사에 돌입하며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통해 차량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대부분의 전파 경로는 이 작업으로 단초를 찾는다. 그런데 7차 농장의 역학조사는 첫 단추부터 꿰기 어렵다.
불분명한 전파·유입 경로는 농식품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리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27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강화도와 석모도 등 강화군 내 39개 농장의 돼지 3만8001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인천 지역 사육돼지(4만3108마리)의 88.2%다. 이번 결정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살처분은 9만1699마리로 늘었다.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모르다 보니 불안감도 커진다. 29일 충남 홍성군의 한 도축장에서 19마리가 폐사했다며 의심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충남은 전국 1200만여 마리 사육돼지 중 240만여 마리를 키운다. 홍성군은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최대 사육 지역(58만여 마리)다. 의심 신고는 정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동제한조치 해제 후 좁은 공간에 도축 물량이 몰리면서 일부 돼지가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해 국경 검역 실태를 점검했다. 지난 28일 동티모르에서 발병하는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는 만큼 국경 방역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 총리는 “서해는 북한·중국 어선과 가까운 거리에서 조업하는 지역이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손재호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