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트럼프 탄핵’ 속도전…탄핵 찬성 민심도 급증

입력 2019-09-29 15:13
미국 민주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은 탄핵 절차의 하이라이트가 될 하원 탄핵 표결을 11월에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르면 10월 말 탄핵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WSJ은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민주당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속도전 전략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의 범위를 압축해 빠르게 진행하면서 탄핵 정국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은 탄핵조사 청문회부터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정보위원회·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지난 2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10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낸 것이 속도전의 시작이다.

이들 3개 상임위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주재 미국대사 등을 포함한 국무부 소속 5명과 2주 안에 관련 진술을 받는 일정도 잡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임명된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지난 5월 교체돼 정치보복 논란이 일었던 인사다. 볼커 대표와 선들랜드 대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을 만나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하원 외교위원회는 다음 주 볼커 대표의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 볼커 대표는 최근 사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민들 사이에선 트럼프 탄핵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공영방송 NPR·PBS와 조사기관 마리스트가 26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비율이 49%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는 46%였다. 지난 4월의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탄핵 찬성은 10% 포인트 늘어났다.

정치전문매체 힐과 조사기관 해리스X가 26∼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이 47%, 탄핵 반대가 42%였다. 이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 비율이 12% 포인트 급증했고 반대는 11% 포인트 급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치단결했다”고 분석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미세하게나마 탄핵 찬성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소속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현 시점에서 의회의 적절한 역할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탄핵조사에 찬성했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반(反) 트럼프 노선을 걷고 있는 밋 롬니 상원의원과 벤 새스 상원의원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네바다주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마크 애머데이 하원의원도 탄핵 조사 찬성 대열에 가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소속의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 야만인들”이리고 맹비난했다. 또 ‘탄핵 사기’, ‘마녀 사냥’, ‘대통령 괴롭히기’라고 주장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전설적인 남녀 골프 스타였던 게리 플레이어, 안니카 소렌스탐과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플레이어, 그레이엄 의원과 소렌스탐으로 팀을 나눠 골프 경기를 벌였다고 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탄핵 조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 소렌스탐 팀에게 졌지만, 기분은 좋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