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이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서명과 비준을 합의사항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라시나 제르보 CTBTO 사무총장은 28일(현시지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에서 ‘결정적인 성과(a conclusive outcome)’를 기대한다”며 “어떤 합의든 CTBT 서명과 비준이 합의사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CTBT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으로 어떠한 형태·규모·장소든 핵폭발 실험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핵국가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한 연장에 합의하면서 핵보유국들로부터 얻어냈다. 지하 핵실험은 허용하는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보다 엄격한 조약이다.
CTBT 발효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 등 기존 핵보유국과 핵개발 가능 국가 44개국 모두가 비준을 마쳐야 하는데 북한·미국·중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이란·이집트 등 8개 나라에서 아직 관련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CTBT에 서명만 했고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은 서명도 하지 않았다. 9월 현재 CTBT에 서명한 나라는 184개국이고 비준 절차를 마친 국가는 168개국이다.
제르보 사무총장은 이에 “그들(북·미)이 핵실험 중단에 동의한다면 (CTBT) 이행을 위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CTBT에 서명하지 않은 파키스탄이 옵서버(참관인)로 참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도 CTBTO에 옵서버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에도 옵서버 참여를 요청한다면 그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신뢰 구축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아주 작은 단계(a small step)이지만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는 중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제르보 사무총장이 ‘단계’를 언급한 것은 최근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사실상 협상 선택지에서 제외하면서 신뢰를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